☕ Chapter 4: 한 잔의 시간, 익산 감성 카페들
아침의 익산은 어제보다 더 고요했다. 고구마 버거의 단맛, 백제 석탑의 묵직함, 불맛 낙지의 향까지 모든 감각이 혼재된 상태에서, 두 사람은 이제 익산의 또 다른 속도로 들어가려 했다.
“이젠 차 마실 때가 됐어.” 루카가 웃으며 말했다. “도시는 사람 같아. 익산은 조금 느린 걸 좋아하지.”
“차 한 잔 속에 이 도시가 들어 있을지도.” 재윤은 지도 위에 표시해둔 곳들을 가리켰다.
🍵 왕궁다원 — 전통차와 정원이 어우러진 한옥 감성
첫 번째로 향한 카페는 왕궁다원이었다. 왕궁리 유적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작은 연못과 대나무, 다기와 한옥 구조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다.
입구를 지나자 대나무들이 흔들렸고, 향기로운 대추차 냄새가 풍겨왔다. 노란빛을 띤 정원에는 버드나무와 연꽃이 잔잔히 흔들리고 있었다.
“시간이 멈추는 공간이네.” 루카는 조용히 말했다.
전통 다기로 내어지는 유자차와 오미자차. 찻잔 하나에 담긴 익산의 공기, 토양, 역사. 이곳에서는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괜찮았다. 찻잔 사이로 흘러가는 침묵이 말보다 더 풍부한 감정을 담고 있었으니까.
🐎 함라정원 — 자연과 승마가 공존하는 감성 카페
두 번째 카페는 조금 더 이색적이었다. 함라정원. 여긴 정원 한가운데 승마 체험장이 있으며, 카페 뒤로 풀숲과 트랙이 펼쳐지는 공간이었다.
말들이 천천히 트랙을 돌고 있었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가볍게 체험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데가 있을 줄은 몰랐어.” 루카는 베이커리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도시가 사람을 말처럼 느긋하게 만들어.”
함라정원은 자연과 인공이 조화롭게 얽힌 공간이었다. 포카치아와 커피, 그리고 창 밖의 느린 움직임. 두 사람은 말이 뛰는 것을 보며 커피를 마셨고, 익산의 소리 없이 흐르는 시간을 감상했다.
🍰 고스락 — 장독대와 발효의 미학
세 번째로 향한 카페는 고스락. 여긴 장독대 정원이 있는 곳으로, 전통 발효 식품과 음료를 함께 체험할 수 있었다.
“익산은 발효도 감성이구나.” 루카는 전통식 초절임과 유자에이드를 맛보며 말했다.
고스락은 익산의 오래된 ‘맛’이 현대적인 공간 속에서 살아나는 곳이었다. 장독 위에 이슬이 맺혀 있고, 된장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여기선 시간도 발효되는 것 같아.” 재윤은 차를 들며 말했다.
🍋 시트러스 — 제주풍 인테리어의 조용한 감성
다음 카페는 시트러스. 제주도의 초록 감성 인테리어를 익산으로 옮겨온 듯한 공간이었다.
카페 안은 모던하지만 조용하고, 커피 머신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레몬케이크와 블루베리 타르트, 따뜻한 라떼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고구마처럼 익산은 속이 달콤해.” 루카가 타르트를 나누며 말했다.
🍞 그라운드 — 베이커리 중심의 여행자 아지트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그라운드. 이곳은 빵이 맛있기로 유명한 감성 베이커리 카페로, 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었다.
바게트, 단호박 파운드, 사워도우가 진열되어 있었고, 두 사람은 창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바깥을 바라보았다.
“이 도시의 카페는 모두 ‘멈춤’을 말하는 것 같아.” 재윤은 말했다. “빠르게 소비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받아들이게 돼.”
🍂 익산, 한 잔 속의 철학
익산의 카페는 단지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었다. 각 공간은 백제 유적의 고요함, 고구마 밭의 단맛, 곱창의 불맛, 그리고 도시의 속도까지 모든 것을 유리잔 하나에 담아냈다.
“서울에선 하루가 회오리였는데, 익산은 찻물처럼 움직이는 도시네.” 루카가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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