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Chapter 5: 자연 속 익산에 스며들다

 

🌿 Chapter 5: 자연 속 익산에 스며들다

아침 공기가 유독 맑았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익산의 속도를 다시 기억하게 해주는 듯했다. 고구마의 달콤함도, 백제 석탑의 무게도, 곱창의 불맛도 잠시 접어두고, 재윤과 루카는 마음을 정돈할 장소를 찾기로 했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자.” 재윤은 조용히 말했다. “도시가 우리를 충분히 먹이고 들려줬으니, 이제 우리가 숨을 쉴 시간이야.”

🌱 원광대학교 식물원 — 익산의 생명력을 걷다

첫 번째 행선지는 원광대학교 자연식물원이었다. 1955년에 설립된 이 식물원은 10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생명의 도서관 같은 공간이었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연못과 나무다리, 온실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속에서 바람은 무언의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었고, 흙냄새와 초록빛이 감성을 자극했다.

“모든 색이 말하고 있어.” 루카는 야생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재윤은 식물원 안내 책자를 펼치며 설명을 덧붙였다. “여긴 고향 식물만 모은 게 아니야. 사찰의 전통 약초부터, 백제 시대의 향나무 같은 고대 식물들도 있어.”

식물원 안 정자에서 두 사람은 준비해 온 작은 도시락을 꺼내어 나눠 먹었다. 맑은 공기 속에서 식사는 한없이 느리고 편안했다.

“이건 건강한 시간.” 루카는 말했다. “도시는 빠르게 회전하지만, 여긴 천천히 발효돼.”

🚲 웅포관광지 — 금강을 따라 흐르는 여행

오후에는 익산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인 웅포관광지로 향했다. 금강이 조용히 흐르는 이곳은 드라이브 코스이자 자전거 여행자들의 성지이기도 했다.

강변 길을 따라 두 사람은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달렸다. 옆에는 갈대숲이 흔들리고, 멀리 보이는 금강은 햇빛을 반사하며 살아있는 물결을 만들고 있었다.

“도시가 강을 품고 있다는 건 큰 선물이야.” 재윤은 말하며 페달을 밟았다.

“강은 예전부터 문명을 연결했지. 백제도, 익산도, 지금 우리도.” 루카는 강변을 바라봤다.

웨이포인트마다 조형물과 쉼터가 있었고, 강바람은 고요하면서도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강가에 앉아 모래를 손에 쥐고 말했다.

“고구마가 땅의 선물이라면, 여긴 물의 선물이야.” “맞아. 익산은 땅과 물이 사람을 키워내는 도시였던 것 같아.”

🏞 배산공원 — 도시를 내려다보는 여정의 끝

해가 지기 전,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배산공원. 익산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언덕형 공원이었다.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두 사람은 여행의 마지막을 되새기고 있었다.

“익산의 하루는 고요하지만 알차게 찬 하루였어.” “정말 모든 감각이 채워지는 여행이었어.”

전망대에 오르자 익산 시내가 분홍빛 노을에 휩싸이고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미륵사지의 탑, 왕궁리의 들판, 버거를 먹었던 맥도날드 매장… 그 모든 것이 한 도시의 이야기로 이어져 있었다.

“익산을 떠나기 싫어.” 루카는 조용히 말했다. “여긴 고구마 같은 도시야.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속은 뜨겁고 달콤해.”

“우린 이 도시를 진심으로 먹었고, 진심으로 들었어.” 재윤은 말했다. “그리고 지금, 이 도시를 느끼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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