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Chapter 3: 맛의 도시, 익산을 먹다

 

🥢 Chapter 3: 맛의 도시, 익산을 먹다

아침 햇살이 유리창 사이로 조용히 흘러들어왔다. 창밖에는 김이 오르는 아침 논밭과 멀리 보이는 미륵산 능선이 잠들 듯 깨어나고 있었다.

“오늘은 먹는 날이야.” 루카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어제 백제의 석탑을 봤으니, 오늘은 익산의 밥상을 봐야지.”

🍚 한일식당 — 향토 육회비빔밥

그들이 첫 번째로 향한 곳은 한일식당이었다. 익산의 황등 한우를 활용한 육회비빔밥이 유명하며, 오랜 세월 동안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은 전통 맛집이었다.

식당 내부는 낡은 나무 바닥과 오래된 달력, 벽에 붙은 옛 신문 기사들이 공간의 이야기를 대신하고 있었다. 한쪽 벽에는 “황등한우 인증”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었다.

“여기… 시간이 멈춘 식당 같네.” 루카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주방에서 아주머니가 정갈한 육회비빔밥을 내왔다. 윤기가 도는 붉은 육회, 고슬고슬한 밥, 그리고 익산산 콩나물과 열무김치, 달래양념이 함께 올려졌다.

“한 숟가락에 익산이 다 들어있는 것 같아.” 재윤은 조용히 말했다.

비빔밥을 먹으며, 두 사람은 어제 봤던 백제의 궁터와 오늘의 밥상을 비교했다. 고대의 왕이 먹었던 식단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백제의 왕궁에서도 이런 비빔 문화가 있었을까.

“익산은 말이지, 역사와 밥 사이에 감정이 있어.” 재윤은 젓가락을 멈추며 말했다.

“고구마 버거도 감정이었지. 이건… 조금 더 깊어.” 루카는 천천히 육회를 음미하며 말했다.

🥘 동서네낙지 본점 — 돌판 위의 불맛

점심 무렵, 두 사람은 동서네낙지 본점을 찾아갔다. 이곳은 소곱창과 낙지볶음을 돌판 위에서 즉석으로 구워 먹는 스타일로, 익산 3대 맛집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북적였고, 돌판 위에 낙지와 곱창이 올려지는 순간 스멀스멀 퍼지는 불맛의 향기가 곧장 식욕을 자극했다.

“이건… 한국적인 미식의 폭발이네.” 루카는 매운 향에 코끝을 찡긋하며 말했다.

사장님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낙지를 볶아주며 말했다. “익산 낙지는 살이 통통하고 곱창은 황등 한우로 써요. 미륵사지 근처 논에서 나는 재료도 써요.”

“역사와 한우와 낙지가 한 판에 올라와 있네.” 재윤은 웃으며 말했다.

🍜 고려당 — 60년 전통의 왕만두

디저트처럼 가볍게 즐기기 위해 들른 곳은 고려당 찐빵집이었다. 여기는 백종원도 극찬한 명소로, 왕만두, 팥찐빵, 꿀떡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거 먹는 순간 바로 시골 할머니 집 된장국 냄새 날 것 같아.” 루카는 손에 왕만두를 들며 말했다.

찐빵 속에는 고기가 가득했고, 팥앙금은 진하고 달콤했다. 두 사람은 인근 공원 벤치에 앉아, 따끈한 찐빵을 나눠 먹었다.

“이게 음식만이 가진 시간 여행의 힘이야.” 재윤은 말했다. “백제가 멀게 느껴졌던 이유는 말이었고, 이건 그걸 감각으로 바꿔줘.”

🧀 초미당 — 가지초밥의 미학

저녁에는 색다른 감각을 찾아 초미당을 방문했다. 이곳은 가지초밥으로 유명한 초밥 전문점으로, 일본식 인테리어와 현대적인 플레이팅이 돋보였다.

루카는 초밥을 하나씩 음미하며 말했다.

“익산이 일본보다 초밥을 잘하는 도시였을 줄은 몰랐네.”

초미당의 초밥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하며, 특히 가지에 약간의 불향을 입힌 초밥은 무언가 고구마의 부드러움과도 닮아 있었다.

“고구마, 육회, 낙지, 만두, 초밥… 이 도시의 맛은 하나의 문장 같아.” 재윤은 조용히 말했다. “다 다른 단어지만, 하나의 의미가 돼.”

🏮 저녁의 익산, 길 위에서 만난 마음들

식사를 마치고 난 두 사람은 익산 시내를 걸으며, 작은 포장마차와 노점들을 지나쳤다. 어묵국물을 나눠주는 아주머니는 “익산은 따뜻한 도시예요”라고 말했다.

“익산에서 고구마는 버거가 아니야. 익산은 고구마 같은 도시야.” 루카는 천천히 말했다. “평범해 보이지만, 안에 단맛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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